틈이 많은 선긋기

새벽에 잠깐 통화하고 밤새 뒤척이다 서울로 왔는데 할 말은 까먹었고 "그냥" 얼굴 보러 왔고 두어 시간 있다가 일 있어서 다시 돌아가야 한다나. 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그쪽은 핫초콜릿을 시켰는데 쓰고 찬 것 뒤에 달고 따뜻한 게 혀에 닿으니 너무 말랑말랑한 맛이 남. 누구땀시 위염이 생겨버렸다, 고 천진하게 웃으면서 이제 겔포스를 상복한다고 한다. 근데 당신 어이없을만치 바보가 맞고 어찌 흘러가든 나는 내 안의 괴리와 싸워야 하지 않는가. 손발이 묶여서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권리-가 주어진 동안 일시적인 감정 같은 건 서로 천천히 식어가는 수밖에는 없지 하고 명랑하게 생각하였다. 하지만 방 안에서 염불하듯 궁리하는 것만큼이라도 냉정하였다면 정말이지 난 너무 좋은 여자일테지.

매너모드를 풀어놓고 그녀 전화를 기다렸는데 오지 않았다. 나도 걸지 않았다.
늘 얼굴을 맞대고 이런저런 자잘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할 바에야, 우리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다.

by | 2009/08/15 23:36 | 불친절한 라디오씨 | 트랙백 | 덧글(2)

뒤에 나는 빗방울로 젖었지만




살짝 풀린 눈. 약간 거칠어진 숨결에서는 달달한 냄새가 났다.
잠이 들락말락한 강아지를 끌어안고 바라보는 것 같았다.
게슴츠레하게 눈을 맞대오던 시선이 입술을 맞대자 포옥 감겨 안쪽으로 숨었다.
사랑인지는 모르겠지만, 그 순간만큼이 잊혀지지 않아서 잊으려고 적는다.



by | 2009/08/10 16:37 | 불친절한 라디오씨 | 트랙백 | 덧글(0)

치졸해

아침
한 번 지잉, 하고 끝나버리는 핸드폰 알람이 일어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. 하고 외치는 것처럼
지잉 지잉 지잉 지잉 진동을 그치지 않았다.

이건 또 무슨 악몽인가 싶었더니… 결국 5년 된 녀석에게 한계가 온 모양이다.

011이랑 나머지 번호들을 그대로 두고 싶어서 낯선 용어들과 한참을 씨름했고
결국 번호변경을 하지 않아도 되는 듯한 핸드폰을 찾아내서 주문하려고 마음먹었는데
하필 내일이 생일이라. 축하 문자를 당일에 못 받아볼거라는 조금 쓸데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혀-


오늘은 알람을 꺼 놓고 잠들어야겠다-_-

by | 2009/06/08 20:30 | 불친절한 라디오씨 | 트랙백 | 덧글(0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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